문학성이 높은 소설들에는 난이도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 중 한명이지만 처음 황정은 작가의 소설을 보고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충격이라고 하기도 그런게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고 이게 무슨 말인지 지금 내가 소설을 읽은 것이 맞는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잔잔하고 독서 초보자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최근에 읽었던 세가지 소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용 자체에 부담이 없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소소한 고민과도 겹쳐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1. 행복을 배달해 드립니다, 복배달 - 원율
오늘 소개하는 소설은 모두 제목에서 내용을 대충 유추해볼 수 있는데 배달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환상성은 갖고 있는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폭과 관련된 부분이 나오는 소설이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어린 시절 학폭을 당했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해오던 청년이 취업에 실패하고 일단 배달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숙식 제공이 되는 복배달에 들어가서 배달 일을 하는데 하필 배달 첫날부터 학폭 주동자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작부터 답답하지만 차근차근 행복을 배워나가는 청년의 이야기라 배달의 민족인 우리에게 친근한 주제를 가지고 다가온 소설이라 읽어볼만 합니다. 불편한 편의점처럼 2편이 나오려고 하는건지 취업 실패 후 복배달에 왔는데 취업 준비 이야기와 원래의 꿈을 이뤄 나가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은게 약간 의아하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어째든 최종적인 꿈을 향한 발판을 복배달로 선택한 만큼 그런 배분에 대한 언급은 없이 끝나는게 아쉬움입니다.
점심 저녁 모두 배달을 시켜서 먹는 사람들도 있을만큼 라이더들과 한국 사람들은 가깝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당연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알고 딱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니까. 어떤 직업이든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갖고 최고의 자리의 오른 (소설 속에서도 최고의 배달 실력을 뽐내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은 멋지다. 그리고 약간 소설적으로 미화되어 있는 부분에서 배달하는 사람이 모두 좋은 것처럼 그려졌는데 더 다양한 인물이 나와도 좋았을 것 같다.

2.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요즘 많이 생겨나는 코인 빨래방에 대한 이야기다. 조금 특이했던 부분은 소설 속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부분이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설정해둔 것들이 아닌 빨래방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만들어간 것이라 더 훈훈하고 좋았다.
서울에서 전세 가격이 오르는 어려움과 노인의 혼자 사는 어려움, 유튜브 스타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 보이스 피싱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빨래방 손님으로 나온다. 중간에 갑작스러운 스릴러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복배달처럼 배달 이야기도 나오는데 요즘 세상에는 없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요즘 소설은 낮에만 읽었는데 자기전에 한편씩 읽으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3.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편의점 손님과 운영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편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2편까지 나왔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노숙자 ‘독고’와 편의점 주인 ‘영숙‘과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독고의 과거와 노숙자가 된 배경에서 소설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같은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따뜻함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세가지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세탁소, 편의점, 빨래방 중에서는 편의점에 가장 많이 방문하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세 책의 표지가 푸른 빛을 띄고 있는게 공통점이 많은 듯 하다. 따뜻하고 정겨웃 이야기들, 읽고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이야기들!
매일 크고작은 사건 사고로 떠들석한 요즘에 힐링되는 소설을 찾고 있었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