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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 - 이슬아 산문집

by 인피인피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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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의 일간 이슬아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의 책을 읽는다. 매년 반복해서 구독하고 읽고 있지만 그 사이에 변한 이슬아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처음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일을 하며 학자금을 갚아 나가던 어린 이슬아에서 가녀장이 된 이슬아를 거쳐 결혼 할 남자를 만나는 이슬아까지 처음 좋아했던 이슬아랑 분명히 다른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이렇게 긴 시간 글쓰는 작가를 긴 시간 좋아했던 적이 있나?

특히 에세이 작가들은 책을 읽고 좋아졌다가 인스타그램이나 그들의 진짜 일상을 보면 어느새 애정이 식기도 하고 반대로 SNS에 반해서 좋아하던 작가들은 출간한 책을 읽으면 다시 그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아 멀어지곤 했다. 어떤 작가는 나이들어 가는 모습이 싫어져서 멀어지기도 한다. 에세이 작가에게서 독자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1. 이슬아 작가

재미있게 쓰는 작가는 꼭 필요하다. 이슬아는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도 밝게 풀어내면서 재미있다. 무엇보다 독자가 세상에 이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마냥 웃기기만 한다거나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재미가 아니라 삶을 다채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가, 자기계발서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슬아는 읽다보면 잘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잘 살고싶어진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게 현실적인 부분도 짚어준다.

 

그러고보니 이슬아를 좋아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당연한 마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나 역시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도 역시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어디선가 뭔가가 대박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같아서 좋았다. 당연하게 해야하는 금액을 명시하지 않는 출판 문화, 혹은 강연 문화를 바꾸는데 충분히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가 이렇게 많아진 세상에서 그녀가 해낸 일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느낀다.

 

 

2. 끝내주는 인생

2023년 7월에 나온 이 책을 2024년 1월이 되어서야 읽었다. 나머지 책들도 출간 순서에 맞춰서 차근차근 다 읽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이훤과의 결혼식을 유튜브에서 대충 봤었고 이훤이라는 시인이자 사진가도 궁금해졌다. 그동안 에세이에서 사생활인듯 아닌듯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려준 작가와 앞으로의 삶을 함께하는 사람은 어떤지 알고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아주 짧게 이훤과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시인이자 사진가였던 사람이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함께하면서 싹트는 감정이 어쩐지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론 <끝내주는 인생> 책이 이슬아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도 아니고 앞서 나왔던 에세이들보다 더 재미있지도 않았다.13번째 신간이락 소개되어 있었는데 나의 베스트는 아니었다. 사실 완독한지 조금 지나고보니 이번에 읽었던 글인지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의 한 부분이었는지 내용이 헷갈리는 부분도 존재한다.

 

참고로 이슬아를 처음 읽는다면 가장 먼저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그녀의 생각과 마음과 경제상태(?)의 변화를 알게 된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문득 이슬아를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과연 그래도 나처럼 이슬아 팬이 될 것인지)

 

 

 

3. 매년 궁금해지는 작가

한 작가를 매년 읽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창작자인 쓰는 사람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대감이 크기에 때론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글로도 성장하고 개인으로도 성장하는 이슬아 작가가 멋지다. 그런 모든 무담을 떠안고도 담백하게 삶을 살아내고 담백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모습말이다. 

 

이슬아의 인스타그램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신간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올해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닌지 한없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끝내주는 인생은 어디쯤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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